프리미너 라이프 2.0 시리즈 2 · 1부
라이브러리 · AI 시대, 세상이 바뀔수록 더 중요해지는 것들 · Chapter 4
Chapter 4 · 긍정심리학적 시각

번영은 설계 가능하다

— 긍정심리학적 시각
읽기 약 10분·1부 · 세상과 인간을 새롭게 보다

내가 존재하는 한 나의 세계는 존재한다. 그리고 그 세계 안에서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이 질문이 번영의 출발점이다. 번영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존재하는 자가 자신의 세계 안에서 설계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심리학은 아픈 사람을 연구했다.

무엇이 인간을 병들게 하는가. 어떻게 하면 고통을 줄일 수 있을까. 우울, 불안, 트라우마와 같이 심리학의 역사는 결핍을 채우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그런데 마틴 셀리그만이 1998년 미국심리학회 회장 취임 연설을 하며 전혀 다른 질문을 던졌다.

아프지 않은 것과 잘 사는 것은 다르다. 도대체 잘 사는 것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이것이 긍정심리학의 출발이었다.

행복을 넘어 번영으로

긍정심리학이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오해했다. 긍정심리학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것이고, 힘들어도 웃으라는 것이라고. 그러나 그것은 긍정심리학이 아니다. 긍정심리학은 인간이 번영하는 조건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이다.

셀리그만은 행복이라는 단어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았다. 행복은 너무 주관적이고, 너무 순간적이고, 너무 감정에 의존한다. 즉 기분이 좋은 상태가 삶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행복 대신 번영이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웰빙, 플러리싱(Flourishing)은 단순히 기분 좋은 상태에 그치지 않고 인간으로서 충분히 기능하며 살아가는 상태를 뜻한다.

따라서 번영은 단순히 행복한 감정만이 아니라 인간의 본질을 구성하는 구조였고 그 구조는 설계할 수 있는 것이었다.

내가 존재하는 한 나의 세계는 존재하며, 그 세계 안에서 번영을 향하는 것이 인간 존재의 본질이었다. 긍정심리학은 그 본질을 과학의 언어로 풀어낸 학문이다.

PERMA — 번영의 다섯 가지 요소

셀리그만은 번영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 요소를 PERMA로 정리했다.

첫째, 긍정 정서(Positive Emotion)다. 기쁨, 감사, 평온, 희망, 사랑. 삶에서 긍정적인 감정을 경험하는 빈도와 깊이를 말한다. 이것은 억지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경험에 주의를 기울이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같은 하루를 보내도 어디를 주의 깊게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감정의 하루가 된다. 출근길 혼잡한 지하철에 주의를 두면 짜증이 남고, 같은 길에 잠깐 스친 햇빛에 주의를 두면 잔잔한 기분이 남는다. 사건은 동일하지만 주의의 방향이 다를 뿐이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위협적이고 부정적인 것에 먼저 주의가 가도록 설계되어 있다. 생존의 흔적이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훈련하지 않으면 주의는 자연적으로 부정 쪽으로 기울어진다. 긍정 정서를 높이는 것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말만으로 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생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주의를 두는 곳을 바꾸어야 한다.

감사 일기가 효과적인 것도 같은 원리다. 오늘 좋았던 것을 떠올리는 행위 자체가 뇌에 긍정적 경험을 탐색하도록 주의를 훈련시킨다. 자신의 세계 안에서 무엇을 보느냐가 그 세계의 색깔을 결정한다.

둘째, 몰입(Engagement)이다. 어떤 활동에 완전히 빠져드는 상태. 칙센트미하이가 플로우(Flow)라고 부른 것이다.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자의식이 사라지고, 행위 자체가 보상이 되는 상태를 말한다. 몰입은 능력과 도전의 균형에서 생겨난다. 너무 쉬운 일은 지루함을 만들고, 너무 어려운 일은 집중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 사이 어딘가, 내 능력이 살짝 위로 당겨지는 지점에서 몰입이 일어난다.

몰입에는 흥미로운 특징이 있다. 몰입 중에는 행복하다는 느낌이 없다. 행복감은 몰입이 끝난 후에 온다. 몰입 상태에서는 자의식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에 지금 행복한가를 느낄 주체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몰입은 즐거움과 다르다. 즐거움은 경험하는 순간 좋은 것이고, 몰입은 지나고 나서 좋았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또한 몰입은 억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금 몰입해야지 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몰입에서 벗어나고 만다. 몰입은 조건을 만들어두면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것이다. 방해 요소를 없애고, 적절한 난이도를 설정하고, 시작하는 것. 즉 몰입은 자신의 세계에 가장 깊이 참여하는 순간이다.

셋째, 긍정적인 관계(Relationships)다. 깊고 의미 있는 인간관계. 수십 년에 걸친 연구들이 일관되게 보여주는 것이 있다. 삶의 만족도와 건강에 가장 강력하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관계의 질이다.

하버드 성인 발달 연구가 가장 대표적이다. 1938년부터 시작해 80년 넘게 700명 이상의 삶을 추적했다. 결론은 단순했다. 좋은 관계가 우리를 건강하게 하고 행복하게 한다는 것이다. 돈도, 명예도, 성취도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관계의 수가 아니라 질이었다. 넓은 인맥보다 깊은 연결 몇 개가 훨씬 강력하게 작동한다.

외로움은 단순히 혼자라는 상태가 아니다. 사람들 속에 있어도 진짜 연결이 없으면 외로움을 느낀다. 반대로 관계가 많지 않아도 깊이 연결된 사람이 한 명 있으면 외로움이 사라진다. 관계는 삶의 만족도뿐 아니라 신체 건강에도 직접 영향을 준다. 따라서 좋은 관계는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또한 좋은 관계는 저절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의도적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야 하는 것이다. 나의 세계는 나 혼자 존재하지 않으며 관계 속에서 더 넓어지고 더 깊어진다.

넷째, 삶의 의미(Meaning)다. 자신보다 더 큰 무언가에 속한다는 감각이다. 종교일 수도 있고, 공동체일 수도 있고, 가치일 수도 있고, 사명일 수도 있다. 자신의 삶이 단순히 생존을 넘어 무언가에 기여한다는 느낌이다.

기쁨은 좋은 일이 생길 때 오지만 의미는 힘든 일을 하면서도 느낄 수 있다. 오히려 의미 있는 일일수록 힘든 경우가 많다. 아이를 키우는 것, 환자를 돌보는 것, 오랜 시간이 걸리는 창작. 즐겁지 않지만 의미 있다. 그래서 의미는 긍정 정서와 다르다.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견딜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이미 있는 큰 의미를 찾는다. 종교, 사명, 소명. 어떤 사람은 지금 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한다. 같은 일을 해도 왜 하는지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은 전혀 다른 경험을 한다. 의미는 일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과 자신 사이의 연결에 있다. 내가 세상 안에서 무언가에 기여하고 있다는 감각, 그것이 의미의 본질이다.

다섯째, 성취(Achievement)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달성하는 경험. 결과 자체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오는 유능감과 자기효능감. 반두라가 말한 자기효능감, 즉 나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쌓이는 과정이 번영의 조건이 된다.

성취는 크기와 관계없다. 작은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는 경험이 큰 목표를 막연히 바라보는 것보다 훨씬 강력하게 작동한다. 뇌는 완료된 것에 반응하기 때문에 큰 목표보다 작은 완료의 반복이 자기효능감을 쌓는 데 더 효과적이다.

반두라의 자기효능감 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원천은 직접 경험이다. 내가 직접 해봤다는 것. 누군가에게 들어서가 아니라 내가 실제로 해봤기 때문에 생기는 믿음이다. 자기효능감은 실제 경험으로만 만들어진다.

성취가 번영의 조건이 되는 이유는 결과 때문이 아니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감각 자체가 중요하다. 테레사 아마빌레는 이것을 진전의 원칙이라고 불렀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의미 있는 일에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동기와 웰빙에 가장 강력하게 작동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성취가 없으면 무력감이 쌓인다. 아무리 해도 달라지는 게 없다는 느낌. 이것이 반복되면 시도 자체를 멈추게 된다. 셀리그만이 학습된 무기력이라고 부른 상태다. 성취는 단순히 결과물로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의 세계 안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실제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다.

이 다섯 가지는 서로 독립적이지 않다. 하나가 강해지면 다른 것들도 함께 강해진다. 결국 번영은 시스템인 것이다. 그리고 그 시스템은 설계할 수 있는 것이다.

강점 기반 설계

긍정심리학의 또 다른 핵심은 강점이다.

전통적인 자기계발은 약점을 보완하는 방향이었다. 부족한 것을 채워라. 못하는 것을 고쳐라. 그러나 연구 결과는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약점을 보완하는 것은 평균을 만들고, 강점을 개발하는 것은 탁월함을 만든다는 것이다.

강점은 단순히 잘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할 때 에너지가 생기는 것이다. 힘들어도 계속하고 싶은 것이다. 삶의 재설계에서 강점을 중심에 두는 이유가 여기 있다. 약점을 보완하여 평균을 유지하는 삶이 아니라, 강점을 중심으로 번영을 위한 구조를 만드는 삶이 필요한 것이다.

결핍 모델에서 번영 모델로

긍정심리학이 프리미너의 세계관에서 중요한 이유는 관점을 바꾸기 때문이다.

결핍 모델은 무엇이 부족한지를 묻는다.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무엇을 고쳐야 하는가. 이 질문들이 필요는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결핍을 채운다고 번영이 오지 않기 때문이다.

번영 모델은 다르게 묻는다. 무엇이 나를 살아있게 하는가. 언제 가장 나다운가. 어떤 조건에서 나는 최선을 발휘하는가. 이 질문들은 과거의 결핍이 아니라 미래의 가능성을 향한다. 내가 존재하는 한 나의 세계는 존재하고, 그 세계 안에서 내가 가진 가능성을 향해 묻는 것, 그것이 번영 모델의 출발이다.

40~50대의 삶 재설계에서 이 전환은 특히 중요하다. 지나온 시간을 무엇이 부족했는가로 돌아보면 후회와 자책이 남는다. 하지만 그 시간 속에서 무엇이 나를 살아있게 했는가를 발견하면 앞으로 나아갈 재료가 생기게 된다.

복잡계는 세상의 구조가 바뀌었다고,

실존주의는 자신만의 기준으로 살라고,

로고테라피는 의미를 발견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긍정심리학은 인간 존재의 본질은 번영이라고 말한다.

이 네 가지 시각이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삶의 재설계가 시작된다. 더 나은 방법이 아닌 더 나은 구조를 만드는 것으로, 외부의 기준이 아닌 자신만의 방향을 찾는 것으로, 의미 없는 성취가 아닌 의미 있는 번영을 설계하는 것으로, 삶은 점점 바뀌어 간다.

지안은 아직 자신의 답을 모른다. 그렇지만 이제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했다. 보는 눈이 달라지면 보이는 것이 달라지고, 보이는 것이 달라지면 걷는 방향도 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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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이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