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바닷가 어느 한적한 곳에 지안이 자주 찾는 자리가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다.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머릿속이 정돈되기 때문이다. 파도 소리가 생각의 소음을 밀어내고, 끝이 보이지 않는 그 선이 어딘가 시원한 느낌을 준다. 지안은 그곳에서 주로 앞으로의 일들을 생각했다.
그날도 그랬다.
수평선을 바라보던 어느 날, 불현듯 한 문장이 떠올랐다.
이대로 괜찮은가.
처음에는 그냥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라고 여겼다. 누구나 한번쯤 하는 그런 질문. 그러나 그 문장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다음날 아침에도, 출근길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계속 떠나지 않았다. 지안을 조용히 따라다니며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 질문은 불편했다. 지금까지의 삶이 그다지 만족스럽게 느껴지지 않음을 인정하는 것이기도 했으니까.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돌아보니 무언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열심히 달려왔는데 어디를 향해 달렸는지 모르겠다는, 그 이상한 공허함.
지안은 이 공허함의 시작을 찾기로 했다.
처음에는 답을 철학 안에서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수천 년 동안 인류가 이 질문과 씨름해 왔으니, 어딘가에 지안이 찾는 답이 있을 거라고. 지안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글을 읽었고, 실존주의를 파고들었고, 빅터 프랭클의 로고테라피와 긍정심리학, 웰빙 이론 등을 들여다보았다.
좋은 글과 울림이 있었지만, 책을 덮고 나면 늘 같은 자리였다. 생각은 달라졌지만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래 탐색 끝에 지안은 찾고 있는 답이 철학에 있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다. 철학은 충분히 깊고, 충분히 지혜로웠다. 문제는 지안 자신이었다. 지안은 삶을 더 잘 이해하고 싶었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살고 싶었던 것이다. 통찰을 넘어 행동이 필요했고, 생각의 틀을 지나 삶의 틀이 필요했다.
그때부터 질문이 바뀌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서 "지금 내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로.
그 질문을 붙들고 이것저것 뒤지다가 지안은 낯선 개념을 만났다. 삶의 구조. 철학책에는 볼 수 없던 단어였다. 하지만 처음 이 개념을 접했을 때, 오랫동안 찾던 것이 여기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삶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설계하는 것. 의미를 찾는 것을 지나 구조를 만드는 것.
이 책은 그 탐색의 기록이지 완성된 답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질문을 붙들고, 그 답을 찾아 삶의 구조를 다시 설계하려 한 한 사람의 여정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지안은 아직도 그 길 위 어디쯤엔가 있다.
하지만 지안은 이것만큼은 말할 수 있다. 질문을 바꾸자 삶이 달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가 아니라, "어떤 구조로 살 것인가."
이 질문이 지안에게 삶의 두 번째 챕터를 열게 했다.이 책에서 지안은 나이기도 하고, 어쩌면 당신이기도 하다. 지안의 이야기는 특정한 누군가의 실화가 아니라, 삶의 전환점에서 비슷한 질문을 마주한 사람들의 보편적인 여정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