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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기억한다면,
인간의 기억이란 무엇인가

읽기 약 5분 · 프리미너 AI 인문학

AI는 기억한다. 정확하게는, 저장한다. 한 번 입력된 정보는 흐려지지 않는다. 인간의 기억은 다르다.

오래된 사진 한 장을 꺼내 든 적이 있는가. 사진 속 얼굴은 분명 나인데, 그날의 감각이나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이미 흐릿하다. 기억은 사진보다 먼저 바래 있었다. 그런데 AI와 대화하면서 문득 생각이 든다. AI는 나눈 대화를 정확하게 기록한다. 잊지 않는다. 그렇다면 AI의 기억과 내 기억은 무엇이 다른가.

기억은 기록이 아니라 재구성이다

기억에 관한 연구들은 오래전부터 하나의 불편한 사실을 말해왔다. 인간의 기억은 놀랍도록 부정확하다는 것.

우리는 경험을 그대로 저장하지 않는다. 무언가를 떠올릴 때마다 우리는 그 기억을 다시 쓴다. 당시의 감정, 이후에 얻은 정보, 현재의 심리 상태가 모두 개입한다. 같은 사건을 두 사람이 전혀 다르게 기억하는 일이 생기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기억은 결함이 있는 것인가. 아니다. 오히려 그 재구성의 능력이 인간 기억의 본질이다.

의미를 저장하는 것

인간의 기억은 사실을 저장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의미를 저장하는 것이 목적이다.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은 기억을 두 가지로 구분했다. 습관처럼 몸에 새겨진 기억과, 특정 순간을 고유하게 보존하는 기억. 마르셀 프루스트가 홍차에 적신 마들렌 한 조각으로 어린 시절 전체를 되살리는 장면은 그 기억의 힘을 가장 아름답게 보여주는 예다.

우리는 경험을 그대로 저장하지 않는다. 기억은 기록이 아니라 재구성이다.

AI는 그런 기억을 갖지 않는다. AI에게는 '오래된 기억'이 없다. 희미해지거나, 뒤섞이거나, 감정에 의해 채색되는 일이 없다.

망각의 의미

AI는 잊지 않는다. 그것은 분명한 능력이다. 그러나 인간이 잊는다는 사실은 단순한 결함이 아닐 수 있다.

인간은 망각을 통해 살아간다. 상처는 서서히 흐려지고, 실패는 덜 선명해지고, 지나간 슬픔은 조금씩 멀어진다. 망각이 없다면 인간은 모든 고통을 현재처럼 느끼며 살아야 한다. 망각은 생존의 기술이다.

더 나아가, 망각은 선택의 기술이기도 하다. 우리가 무엇을 오래 기억하고 무엇을 흘려보내는지는,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지를 드러낸다. 기억은 선별이다. 그리고 그 선별이 곧 가치관이다.

AI는 선별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같은 무게로 저장한다.

정체성은 기억으로 이루어진다

철학자 존 로크는 개인의 정체성이 기억의 연속성에 있다고 보았다. 나는 과거의 나를 기억하기 때문에 나다. AI의 기억은 방대하지만, 그것이 하나의 '나'를 만드는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AI의 기억은 정확하다. 그러나 경험하지 않는다. 인간의 기억은 불완전하다. 그러나 의미를 만든다. 정확성과 의미 사이에서, 인간은 의미를 선택해왔다.

생각해볼 질문
당신이 가장 선명하게 기억하는 순간은 무엇인가. 그 기억이 그토록 선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건의 크기 때문인가, 아니면 그 순간이 당신에게 가졌던 의미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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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이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