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3 · 1부

좋은 말들은 많았는데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사르트르 이후에도 지안은 계속 읽었다. 진단은 받았는데 처방이 없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다른 것을 찾아봤다.

빅터 프랭클의 로고테라피

프랭클은 정신과 의사였고, 아우슈비츠 생존자였다. 그가 수용소에서 발견한 것은 단순했다. 삶의 의미가 있는 사람은 어떤 극한의 고통도 견딜 수 있다는 것.

살아야 할 이유를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프리드리히 니체 —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에서 인용

로고테라피의 핵심은 의미를 향한 의지(will to meaning)였다. 프로이트가 쾌락을, 아들러가 권력을 인간의 근본 동기로 본 것과 달리, 프랭클은 의미를 향한 갈망이 인간의 가장 깊은 동기라고 보았다.

깊은 울림이 있었다. 지안은 한동안 의미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그 느낌은 이후에도 오래 남았다. 삶의 구조를 다시 짜게 됐을 때, 의미를 가장 먼저 다루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프랭클 덕분이었다.

이키가이 — 아침에 눈을 뜨게 만드는 것

이키가이는 일본의 전통 철학이다. 오키나와의 사람들은 아침에 눈을 뜨게 만드는 이유가 한 가지씩은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이 장수마을의 비결로 알려져 있다.

오키나와의 시골 사람들은 거창한 의미가 아닌 삶의 작은 부분들에서 삶의 기쁨을 느낀다. 손주를 돌보거나 이웃과 담소를 나누는 시간 등 일상의 작은 활동에서 자신만의 삶의 의미를 느끼는 것. 부와 명예가 아닌 일상의 작은 행복과 보람이 장수의 원천임을 알 수 있었다.

마틴 셀리그만의 긍정심리학 — PERMA

PERMA 모델

셀리그만은 《플로리시》에서 인간의 웰빙이 다섯 가지 독립적인 요소로 구성된다고 주장했다.

Positive Emotion (긍정적 감정) · Engagement (몰입) · Relationships (관계) · Meaning (의미) · Achievement (성취)

이 프레임은 나중에 지안이 삶의 5가지 영역을 설계하게 됐을 때 중요한 참조점이 됐다.

칙센트미하이의 플로우

플로우는 어떤 일에 완전히 몰입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상태를 말한다. 칙센트미하이는 《몰입》에서 플로우가 일어나는 조건을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도전 수준과 기술 수준이 균형을 이룰 때, 명확한 목표가 있을 때, 즉각적인 피드백이 있을 때 플로우는 일어난다. 이 조건들은 나중에 일의 구조를 설계할 때 중요한 단서가 됐다.

미니멀리즘 — 덜어낼 것을 먼저 생각한다

불필요한 것을 걷어내야 본질이 보인다는 통찰. 삶의 구조를 새로 짤 때, 지금 하고 있는 것들 중 무엇을 덜어낼 것인지를 먼저 생각하게 된 것은 미니멀리즘의 영향이었다.

*

이쯤 되자 전체 윤곽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각각의 철학과 개념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유익했다. 로고테라피와 이키가이는 의미의 중요성을 심어줬고, 긍정심리학은 건강한 삶의 구성 요소를 구체화해줬고, 미니멀리즘은 덜어내는 것의 가치를 알게 해줬다. 어느 것도 헛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들이 공통적으로 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공통된 한계

실제로 지금 당장 내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어떤 순서로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기는 어려웠다. 방향은 있는데 지도가 없었다. 비전은 있는데 설계가 없었다.

지안에게 필요한 것은 이제 더 좋은 철학이 아니었다. 삶을 실제로 설계하고, 바꾸고, 만들어갈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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