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4 · 1부

내게 필요한 건
통찰이 아니라 행동이었다

질문이 바뀌고 나서도 한동안은 같은 자리였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서 "어떻게 삶을 바꿀 것인가"로 질문이 달라졌다고 해서 갑자기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것은 꽤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문제를 다르게 정의하기 시작했다는 뜻이었으니까.

한동안 지안은 여전히 습관적으로 책을 찾았다. 이번에는 자기계발서 쪽으로 눈을 돌렸다.

습관에 관한 책을 읽었다. 아주 작은 변화부터 시작하라는 것이었다. 맞는 말이었다. 지안은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났다. 열흘쯤 지속됐다. 목표 설정에 관한 책도 읽었다. 노트를 꺼내 목표를 써봤다. 보름쯤 지속됐다. 마인드셋에 관한 책도 읽었다. 맞는 말이었다.

읽을 때는 된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속되지 않는 것이 반복되었다. 좋다고 하는 방법론들을 소비만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지안은 지금의 과정 자체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참을 생각하다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지안은 지금까지 삶을 바꾸는 방법을 찾고 있었는데, 정작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를 정의해본 적이 없었다. 방법론은 넘쳐났다. 그러나 그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적용하고 체계화할 어떤 틀은 정해진 게 없었다.

의도-행동 격차 (Intention-Action Gap)

심리학자 피터 골위처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좋은 의도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의지력 부족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행 구조의 부재라고 한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미리 정해져 있지 않으면, 아무리 강한 결심도 바쁜 일상의 관성에 묻혀 버리고 만다.

지안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방법론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적용 대상과 구체적인 실행 구조가 없었다.

그즈음 지안은 오래된 질문 하나를 다시 꺼냈다. 나는 지금 무엇이 불만인가. 막연하게 삶이 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는데, 정확히 무엇이 불만인지를 짚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날 밤 노트를 꺼내 적어봤다. 있는 그대로, 아주 솔직하게.

지안의 노트 — 솔직한 불만 목록

일이 먼저 나왔다. 지금 하는 일이 크게 의미 있게 느껴지지 않는다.

수입이 나왔다. 한 곳에서만 들어오는 수입이 불안하다.

관계가 나왔다. 깊이 있게 연결된 사람이 많지 않다.

건강이 나왔다. 관리를 못 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미루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장 묵직한 것이 나왔다. 내 삶에 명확하게 느끼는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적어놓고 보니 처음으로 지안의 삶의 불만이 눈에 보였다. 막연하게 느껴지던 것들이 구체적인 언어를 갖게 됐다.

그런데 적어놓고 나서 또 막막함을 느꼈다. 이것을 알았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지는가.

하지만 바로 거기서 지안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까지 지안은 생각하는 단계에서만 맴돌고 있었다. 이해하고, 파악하고, 분석하고, 또 이해하고. 그러나 행동으로 넘어가는 연결고리가 없었다. 아는 것과 하는 것 사이를 연결할 다리가 없었다.

통찰은 충분했다. 오히려 넘쳤다. 문제는 그 통찰을 실제 삶의 변화로 연결하는 구조가 없다는 것이었다.

구조. 그 단어가 처음으로 머릿속에 들어왔다.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었다. 지안은 직장에서 늘 구조를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어떤 프로세스로 일을 진행할지, 어떤 체계로 협업할지. 일을 할 때는 자연스럽게 구조를 생각했다. 구조 없이 일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정작 자신의 삶에는 구조를 적용한 적이 없었다. 업무에 관해서는 설계하는 사람이었는데, 삶에서는 흘러가는 대로 사는 사람이었다.

왜 그랬을까. 아마도 삶은 그런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삶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이고, 그냥 열심히 살다 보면 되는 거라고.

하지만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이제는 알 것 같았다.

아무리 좋은 생각도, 그것을 담을 구조가 없으면 이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 있는 삶을 살겠다는 결심도, 건강을 챙기겠다는 다짐도, 새로운 일을 시작하겠다는 의지도 — 그것을 실제로 작동하게 하는 일상의 구조가 변하지 않으면 결국 흐지부지해진다.

지안이 읽은 책들이 도움이 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지안이 게으른 것도, 의지가 약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그것들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없었다. 아무리 좋은 것을 얻어도 담을 그릇이 없으면 다 흘러 나가버린다.

그릇. 구조. 설계.

이 세 단어가 머릿속에서 하나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 지안은 방향을 바꿨다. 더 좋은 통찰을 찾아 계속되고 있는 지식 쇼핑을 멈췄다. 대신 자신의 삶의 구조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지금 어떤 구조로 살고 있는가. 지금의 구조가 지안이 원하는 삶과 과연 맞는가. 맞지 않다면 구조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

질문이 또 한 번 바뀌었다.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서, "어떤 구조로 바꿀 것인가"로.

이것이 지안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데려갔다. 철학이 아니라, 삶의 설계라는 낯선 개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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