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설계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막상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
설계라는 것은 대상이 있어야 한다. 지안은 삶을 구성하는 것들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두서없이 나오는 대로 썼다. 일, 돈, 건강, 가족, 친구, 취미, 꿈, 노후, 시간, 몸, 마음, 배움, 기여. 한참을 쓰다 보니 종이가 꽤 채워졌다. 그것들을 들여다보면서 비슷한 것들끼리 묶기 시작했다.
묶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섯 개의 덩어리가 만들어졌다.
의미 — 무엇이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가
건강 — 몸과 마음을 어떻게 관리하는가
일 — 어떻게 일하고,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수입 —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돈을 벌고, 얼마가 필요한가
관계 — 누구와 어떤 깊이로 연결되어 있는가
이 분류가 지안만의 생각은 아니었다. 갤럽의 연구자 톰 래스와 짐 하터는 《웰빙의 조건》에서 전 세계 150개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인간 웰빙의 다섯 가지 핵심 영역을 도출했다 — 일, 사회적 관계, 재정, 신체, 지역사회. 지안이 노트에 적은 것과 놀랍도록 비슷했다. 연구가 아니라 삶에서 출발했는데, 도착지가 비슷했다는 것은 이 다섯 가지가 인간 삶의 보편적인 구성 요소에 가깝다는 뜻이었다.
이 다섯 가지를 나란히 놓고 보다가 한 가지 특징을 발견했다. 이들이 각각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았고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일이 힘들면 건강이 무너졌다. 건강이 무너지면 관계도 소홀해졌다. 관계가 소홀해지면 의미를 찾기 어려워졌다. 수입이 불안하면 나머지 영역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반대도 마찬가지였다. 의미가 분명할 때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건강이 좋을 때 모든 영역이 더 좋아졌다. 관계가 단단할 때는 힘든 시기를 버텨내는 힘이 생겼다.
다섯 가지 영역은 하나의 시스템이었다. 어느 하나가 흔들리면 나머지도 흔들렸고, 어느 하나가 단단해지면 나머지도 영향을 받았다.
피터 센게의 시스템 사고(systems thinking)를 삶에 적용그것을 처음 봤을 때, 왜 지금까지 하나씩만 바꾸려 했을 때 잘 안 되었는지가 이해됐다. 시스템 전체를 봐야 했다.
그 다음에 한 것은 지금 지안의 상태를 각 영역별로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일부터 봤다. 열심히 하고 있는데 생계 수단의 성격이 강했다. 수입을 봤다. 한 곳에서만 들어오는 수입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머리로는 알았지만, 달리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건강을 봤다. 최근 들어서야 신경 쓰고 있었다. 관계를 봤다. 직장 안에서 맺어온 관계들이 대부분이었다. 의미를 봤다. 이것이 가장 어려웠다. 지금 지안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적어놓고 보니 한 가지가 선명하게 보였다. 다섯 가지 영역 모두에서, 지안은 제대로 설계하지 않고 살아왔다. 다섯 가지 영역이 모두 주어진 것들이었다. 지안이 선택한 것이 없었다.
그것을 처음으로 명확하게 본 것이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보게 되자 비로소 무엇을 설계해야 할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당연히 일부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일을 설계하려고 생각하니 막혔다. 무슨 일이 나에게 의미 있는지가 먼저 해결되지 않으면, 어떤 일을 선택해도 결국 제자리로 돌아올 것 같았다.
일은 출발점이 아니었다.
그 질문을 붙들고 생각하다가, 지안은 다섯 가지 영역 사이에 위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어떤 것은 다른 것의 뿌리가 됐고, 어떤 것은 다른 것이 잘 작동하기 위한 필요조건이 됐다.
그 위계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설계의 진짜 출발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