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7 · 5부

AI와 함께 설계하는
라이프 2.0

AI를 위기로만 볼 필요는 없다. 지안은 AI를 삶의 구조를 설계하는 데 활용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색했다. 기계에게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 묘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써보면서 한 가지를 알게 됐다.

AI는 도구다. 좋은 도구는 사용자의 의도를 증폭시킨다. 망치가 팔의 힘을 증폭시키듯, AI는 생각의 힘을 증폭시킨다. 그러나 망치가 어디에 못을 박을지 정하지 못하듯, AI도 지안의 삶의 방향을 정해주지는 못한다. 방향을 정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AI에게 맡길 수 있는 것 vs 맡겨서는 안 되는 것

맡길 수 있는 것 — 실행의 영역
정보 수집, 초안 작성, 데이터 분석, 반복적인 작업의 자동화, 아이디어 발산. 이것들은 AI가 인간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맡겨서는 안 되는 것 — 판단의 영역
무엇이 나에게 의미 있는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어떤 관계를 깊게 할 것인가. 어디에 시간을 쓸 것인가. 이것들은 지안 자신만이 답할 수 있는 질문이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AI가 너무 편리해지면 판단까지 맡기고 싶은 유혹이 온다. AI가 추천하는 대로 읽고, AI가 정리해주는 대로 생각하고, AI가 제안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 그렇게 되면 AI 시대에 오히려 더 깊은 순응에 빠질 수 있다. 기계가 설계해준 구조 안에서 사는 것. 그것은 사르트르가 말한 자기기만의 AI 시대 새로운 버전이다.

AI 시대에 삶의 구조를 설계한다는 것은 결국 이런 질문이다. 기계가 할 수 있는 것은 기계에게 맡기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그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이란 무엇인가. 의미를 부여하는 것. 관계를 맺는 것. 방향을 선택하는 것. 불확실한 안개 속에서도 한 발을 내딛는 것.

이것들은 기계가 대체할 수 없다. 그리고 이것들이 이 책에서 처음부터 이야기해온 것이다.

실행자가 아니라 설계자. 이 말이 AI 시대에 더 절실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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